박재홍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은 월요일 저녁 약속은 따로 잡지 않는다. 대신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광주 시내에 있는 한 노래교실에 간다. 지난 12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았던 그만의 특별한 일정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의도치 않게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몇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면 걱정과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회사 일도 더 잘 풀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박 회장이 ‘트로트’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무건설 창업 5년째를 맞아 회사가 한창 성장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거대한 한파가 닥치면서 주변 경영환경은 하루아침에 살얼음판으로 바뀌었다. 은행 대출연장 시기와 어음 만기일이 다가올 때마다 주위에 하소연도 못 하고 속만 타들어갔다.


그렇게 힘든 시기에 운명처럼 트로트를 만났다. 친한 후배의 소개로 노래교실에 다니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적응을 잘했던 것은 아니다. 수십명의 수강생 앞에 나가서 독창하는 시간이 따로 있었지만 두려움과 창피함이 앞섰다. 박 회장은 “소주를 미리 마시고 노래교실에 간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강생들과 허물없이 트로트 곡을 열창하는 순간이 즐겁다”고 했다. 그는 애창곡으로 ‘안동역에서’, ‘내 나이가 어때서’, ‘터미널’을 꼽았다. 신기하게도 노래교실에 열심히 다니던 무렵부터 관급공사 수주를 잇달아 따내기 시작했고 어려운 시절도 무난히 이겨낼 수 있었다.


트로트, 나아가 음악으로 쌓은 인연은 직장인 밴드 결성과 사회 공헌 활동으로 이어졌다. 2012년 5월 박 회장을 주축으로 광주·전남지역의 건설 부문 최고경영자(CEO)들이 의기투합해 ‘CM밴드’를 만든 것이다. 건설과 음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CM밴드는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정기적으로 찾아 공연과 후원 활동 등을 8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밴드 안에서 그는 주로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지만, 필요할 때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트로트를 열창하기도 한다.


영무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영무 예다음(藝茶音)’도 그의 남다른 예술 사랑과 무관하지 않다. 박 회장은 “‘예술처럼 아름다운 집, 삶의 행복이 되는 집’이라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대표 브랜드명에 걸맞게 영무건설은 ‘메세나 운동(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2015년 회사 사옥에 비영리 갤러리를 개관해 신인 작가를 발굴해 후원하고 있다. 휴관 중인 모델하우스를 이용해 지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하우스 페어’도 연다.


박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항상 책을 가까이하라”고 주문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계발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낮에는 직원들이 점심을 먹고 인근 도서관에서 독서에 열중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는 “고객과 지역 주민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다양한 방식으로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