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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무건설 ‘뮤즈 예다음 레지던시’ 운영 모델하우스 재활용 작가 창작 공간 제공 미테우그로 공동 기획 … 4월 하우스페어

‘모델하우스에 작가들이 산다고?’

내 집 같은 편안함, 안락한 분위기, 쾌적한 환경. 작가들의 작업 공간은 이 같은 느낌들하고는 거리가 멀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미술 재료들, 벽면 곳곳에 묻은 물감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어떤 작가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싶지않겠는가.

한 지역 건설업체가 지역 예술 단체와 손잡고 아파트 견본주택 전시장(모델하우스)을 활용해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 공장, 폐가, 분교, 한옥 등을 활용한 레지던시 공간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견본주택 전시장을 활용하는 사례는 전국 처음이다.

(주)영무건설(회장 박재홍)은 오는 3월 광주시 서구 농성동에 문을 여는 영무예다음 아파트 견본주택 전시장을 지역 작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제공하는 ‘뮤즈 예다음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간은 아파트 분양사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5월부터 10월까지로, 작가들에게는 매달 창작지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대인시장 내 있는 대안공간 미테-우그로가 맡아 진행하게 된다. 미테-우그로는 3월 중에 공고를 통해 참여 작가들을 선정할 방침이다.

영무예다음 아파트 견본주택 전시장은 모두 991㎡(300여평) 규모로 내부에 실제 아파트 구조를 옮겨 놓은 105㎡(32평), 92.5㎡(28평), 82.6㎡(25평) 등 3개의 유닛(아파트 구조)을 갖추고 있다.

아파트 견본주택 전시장을 활용한 레지던시 사업은 도심 속 유휴 공간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깊다. 대부분 아파트 견본주택 전시장은 분양사업 기간이 끝나면 흉물로 방치돼 왔다. 특히 내부에 실제 아파트를 옮겨 놔 작업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다.

영무건설과 미테-우그로는 레지던시 사업에 앞서 4월 중에 같은 장소에서 지역 작가들을 위한 하우스페어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람들이 붐비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행사로, 하우스 페어를 통해 시민과 작가, 작가와 기업인들을 이어주겠다는 의도다. 하우스페어에는 판화작가 박구환씨를 비롯해 성혜림, 배수민씨 등 다양한 장르와 연령대 작가 20∼3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또 견본주택 전시장 오픈 축하 화환 대신에 기부금을 받아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한 뒤 추첨을 통해 입주자들에게 선물한다는 구상도 세우고 있다.

박헌택 영무건설 대표이사는 “문화가 시민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통한 간접경험이 중요한데 그 시도를 뒷받침하려면 예술가들의 상상력에 공익 차원에서의 후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모델하우스를 재활용하면 다양한 사람이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창작 공간으로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무건설은 광산구 수완지구 영무예다음 아파트 단지 내에 ‘아파트 창작스튜디오’를 만들어 작가들에게 창작공간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입주 작가들은 창작 활동과 함께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술지도를 하고 있으며, 주민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음악회와 전시회를 열고 있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